끝정
“대표님. 저 오늘 집에 가기 싫어요.”
*
숙취로 울렁이는 머릿속은 고장난 테이프처럼
화끈했던 어젯밤을 자꾸만 보여줬다.
"대표님. 저 오늘 집에 가기 싫어요."
"강 대리.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겁니까?"
머리끝까지 덮은 이불에선 남자의 체향이 배어 나왔다.
밤새 내 살결 위에 숨결과 흔적을 남기던 그 남자의 것이었다.
'도대체 대표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, 강설아…!'
함께 술잔을 기울여주는 것으로
이별의 아픔을 위로받았던 밤이기에
그저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는데…
"강설아 대리. 혹시 첫정이 제일 무섭다는 소리 들어본 적 있습니까?"
뭐지? 이 스멀스멀 몰려오는 불안감은?
"처음을 가졌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죠."
"저 대표님…. 뭔가 오해하신 거 같은데. 저 처음 아니에요."
지승후 대표님의 매끈한 입가에 미소가 감겼다.
아주 섬찟하게.
"내가 처음입니다."
아무래도 내 회사 생활, 대차게 망한 것만 같다…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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