Korean 불순해지는 시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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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전무님과의 관계, 여기서 끝내고 싶습니다."
"다시 말해봐. 뭘 끝내?"
"이, 이 관계……."
'떠나야 해.'
자신의 배 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들키기 전에.
이 아이의 아빠가 여동생의 결혼 상대인,
강도겸이라는 것을 들키기 전에.
금방이라도 폭발할듯한 긴장감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.
도겸은 벌벌 떠는 정오가 우습지도 않다는 듯 느릿하게 허리선을 쓰다듬었다.
"무슨 관계? 하루가 멀다고 침대에서 나뒹구는 관계?"
"……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."
"……결혼?"
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진 눈빛이 제 폐부를 아플 정도로 파고들었다.
그러나 도겸의 입에선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.
"해."
"……네?"
"그 결혼하라고."
그가 보폭을 넓혀 성큼 거리를 좁혀왔다.
"결혼도 하고 이 짓도 계속하면 되겠네, 응?"
삶은 언제나 버겁고 고단했고, 비관적이었다.
우리가 서로를 만난 건 과연 우연이었을까, 필연이었을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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